J
Juyoung Jung


저자 : 김사량 저작물명 : 김사량_제2부 유격지구 저작자 : 김사량 창작년도 :


Acción Todo público.

#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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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초소의 삐오넬


이날 밤 우리들은 무더운 방으로부터 사다리를 더듬어 지 붕 위로 올라갔다. 펑퍼짐하니 네모진 돌지붕이 한나절 폭 양 아래 달아올라 온기가 아직도 가시지 않았으나 바람이 선들거려 모기도 들어붙지 못한다. 이 지방 사람들은 저녁 을 먹고 나서는 지붕 위로 올라와 담소함이 가장가는 즐거 움이라고 한다. 흡사 발코니에 올라와 앉아 있는 느낌이다.

호궁 소리가 여기저기서 미어질 듯 애타는 듯 들려 오고 골 목길에서도 두런두런 말소리가 들려 온다. 지붕 밑에는 호 박꽃이 주렁주렁 달려서 입을 다물고 귀를 기울인다.

등뒤로 겹겹이 싸인 태항산계의 만학천봉은 밤안개 속에 묵화처럼 어른거리고 달도 없는 밤하늘은 창창히 맑아 별바 다를 이루었다. 앞에는 우리 일행이 자갈밭을 걸어온 하상 이 이리저리 굽이쳐 감도는 황야다. 이따금씩 산 위로부터 밤새가 울며 들판을 건어 어둠 속으로 사라진다.

병마곤총의 유격생활에서도 못내 버리지 못하는 퉁소를 꺼 내 한 동무가 구슬프게 고향의 노래를 부르기 시작하였다.

귀여운 소년동무로 어지간히 솜씨도 능란하였다. 동무들의 권유에 못 이기는 듯 부끄러운 양 얼굴을 퉁소 위에 수그리 고 불어댄다. 어글어글한 눈이 때로는 흐르는 타는 듯하며 곡조는 애원에 차다. 탄알을 총에 재는 일방 틈틈이 산전까 지 일구는 멍이 진 굵직한 손가락이건만 더듬더듬 헤어치듯 퉁소 위를 달리는 양은 백어(白魚) 같은 손길이 나분거림보 다도 아름다워 보였다.

어쨌든 이방산중(異方山中) 젊은 장부들의 가슴을 제법 설 레게 하는 것이었다.

별바다도 한껏 먼 고국의 하늘을 바라보며 이 삐오넬(소년 개척단:여기서는 용감한 소년이라는 뜻)의 퉁소 소리를 들을 때 나 역시 또한 변방 산채에 나온 병사의 하나가 된 듯 감 개의 사무침이 무량하였다. 멀리 가까이 들려오는 호궁 소 리가 이방인으로서의 향수를 일층 더 자아낸다. 젊은이 하 나가 이에 맞추어 독특한 고음으로 찢어지듯이 노래를 부르 는데 가끔가다 희한스레 떠들썩하니 고아 대는 소리도 일어 난다.

이런 가운데 동무들의 지나온 간고스런 혁명생활과 불꽃이 튀는 듯한 전투 이야기가 두서없이 시작되었다. 티끌 하나 의 사념이 없이 그야말로 임 향한 일편단심으로 오로지 나 라를 찾고자 민족을 건지고자 물불을 헤아리지 않고 싸우며 흙을 끓여 마시고 풀을 뜯어먹은 이네들이다. 사랑하는 고 향, 그리고 사람 모두 버리고 반격의 길을 따나온 이래 언 제 한 번 따스한 잠자리를 얻어 보았으랴! 맛나는 음식에 참례하였으랴!

무엇보다도 내 조국을 찾자는 굳은 결심이 맛나는 양식이 요, 불같이 타오르는 적개심이 몸에 지닌 아름다운 무장인 이네들.

전투 또 전투, 공작 또 공작, 생산 또 생산. 전투를 하면서 도 부대를 파면서도 산채국을 뜨면서도 여윈 팔을 쓰다듬으 며 언제나 조국의 장래를 축원하고 우리 민족의 행복을 빌 어 온 이네들이 아닌가”

그러나 어디에 그처럼 우람찬 의지와 용맹이 서려 있으랴 하리만치 모두 수줍은 태도로 자랑삼아 길게 이야기하려고 도 하지 않는다.

우리를 여기까지 마중나온 태항분맹의 최 동무는 무연히 다음과 같이 말했다. 매우 강직하면서도 부드러운 이였다.

이야기할 때마다 뻐드렁니가 들먹이는 듯하였다.

”백두산의 유격대가 일제의 등시미에, 심장에, 이마빼기에 불을 터치고 있지 않소”…… 우리의 의용군도 바로 그 하나 의 초선입니다.”

동무들을 말없이 끄덕였다. 그러나 나는 무량한 감개에 눈 시울이 뜨거워짐을 의식하였다. 이제 와서 겨우 사내다울 수 있으려고 이 대오를 찾아 만리길 피로써 몸을 씻고자 떠 나온 길이 아닌가.

공작원 현 동무는 그 중 다정스레 지내는 소위 박사 동무 에게 적구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었다. 중대한 임무를 별 로 허물없이 이행한 뒤에 또다시 무사히 만나게 된 것이 매 우 반갑고 고마운 모양으로 서로 쓰다듬고 어루만지듯 하는 정경이었다. 우리들은 북경 담배를 한 대씩 나누어 피며 이 런 이야기, 저런 이야기에 밤 가는 줄을 몰랐다. 그들은 무 엇보다도 국내의 일이 궁금한 모양이었다.

누구는 어떻게 되었느냐”

쌀 시네는 얼마나 하느냐”

옷감이 없어 산중에서도 모두 벗고 산다니 정말이냐”

화폐는 얼마나 팽창되었느냐”

징병, 징용은”보국대의 형편은”

떠날 때 무슨 꽃이 피었더냐”

아니 묻는 말이 거의 없으리만 하다. 이쪽에서도 아는 것 까지 설명을 하고 추축도 늘어놓으나 대개는 이네들이 벌써 부터 번번히 들어 짐작하고 있는 일이었다. 다만 고향 이야 기를 서로 뇌이고 또 뇌이고 싶은 심정에서인 모양이다. 처 음 듣는 소리나 나오면 모두 반색을 하며 눈알을 굴린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그들은 국내 지하운동의 형편을 궁금히 여겨 소상히 알고자 하였다. 내게는 구체적으로 들려줄 만 한 아무런 밑천도 없었다. 다만 태평양 전쟁이 일어나면서 일본 파시스트들의 최후 발악과 백색테러가 날로 혹독하여 져 국내의 운동이 깊이 지하로 지하로 내려앉을 수밖에 없 어졌음을 미루어 이야기할 수 있었다. 하나 물가는 살인적 으로 폭등하고 임금은 기아적이요, 수탈은 더욱더욱 강하되 어 전데 인민의 반일 감정이 극도로 첨예화한 것만은 사실 이다. 더구나 징용이니 보국대로 노무를 강제로 공출하여 농민들이 노예와 다름없이 불들려 나가 공장, 광산에서 회 리채로 얻어맞으며, 이에 또한 징병이니 학병제도까지 더 덮쳐 수많은 생명이 전장으로 내몰리게 되었다. 이리하여 깊은 산중에서는 탈주병과 기피자들이 떼를 지어 몰려다니 며 국내 유격전의 전야를 이루고 있는 것이다.

이러니만치 국외에 있어서 무기를 들고 적에게 육박하는 반일혁명군의 존재는 국내 동포에게 커다란 희망과 용기와 자신감을 북돋아 주는 것이다.

”국경의 한복판이지……”

”후방기지도 없지……”

역시 군인들의 보는 눈은 다르다.

그 역사의 오래기로 환경과 조건의 가랄하기로 세계 제일 의 빨치산이 아닐 수 없을 것이다. 말하자면 동북은 반파쇼 전쟁의 일대 활화산이요, 동변도의 밀림은 그 위대한 분화 구다. 더구나 이 불 같은 만주 빨치산 전투에 있어서 조선 사람이 민족연합통일전선을 영도하고 있는 것이다. 이 사실 이 중국인민에게도 커다란 감명을 주고 있는 모양이다.

”동북으로!”

조선의용군도 이런 구호를 내걸고 기동을 거쳐 동북으로 나가 이 태양대에 배합되어 같이 싸우려 한 시기도 있었으 나 요새는 가랄한 정세에 비추어 눌러앉아 항전역량을 기르 기에 주력중이라고 한다.

이와 동시에 적구 속에 깊이깊이 손길을 펼쳐 지하조직을 공고히 하며 전투진을 지휘하기 위하여 전방본부가 이 태항 산중에 나와 있었다. 여러백 리 첩첩산중의 험로를 걸어 들 어가면 우리 독립동맹과 의용군의 본집에 도착되리라고 한 다. 이 말을 듣고 나니 구태여 연안까지 들어갈 필요를 느 끼지 않게 되었다. 적들이 소위 대토벌전 감행 운운하며 여 러 번 훤전되던 이 태항산계다. 이 속에 정치, 군사상의 우 리 제1선 본부가 진출한 이상 비전구역으로 들어가느니 모 름지기 한 손에 펜을 쥐고 한 손에 검을 들고서 싸우리라 결심하였다. 다행히 우리 의용군에 종군만 할 수 있다면 중 도에서 쓰러져 못 돌아가는 한이 있더라도 내 평생 영예로 운 소망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아닌게아니라 한때는 일본 남방군에 종군하라는 위협을 받 은 일도 없지 않았다. 태평양에 도적불을 지른 지 이듬날 새벽 놈들에게 붙들려 나 역시 예방구검수로 철창 신세를 지게 되었다. 비율반이 떨어지면 석방하느니 상가폴이 점령 되면 돌려보내느니 속여 오다가 하루는 불러내 남방군에 따 라다니며 '황군'을 노래하고 전첩을 보도할 결심한 한다면 당장이라도 풀어 놓으리라 달랬다. 이에 응하지 않는대서 놈들은 뺨을 갈기고 얼굴에 침을 뱉고 다시 방으로 덜덜덜 끌고 들어갔다. 이제 이 원수들을 쳐부수려는 우리 의용군 의 뒤를 따라 나서게 될 것이니 얼마나 통쾌하고도 우람찬 일인가”혼자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어서 하루바삐 들어가 이 동지들의 팔에 안기리라! 내일로라도 곧 떠나고 싶다는 의사를 말하니까 ”건강에 자신 있소?“ 현 동무가 귀에 반기는 모양으로 돌아보며 되묻는다. 나는 웃으며 끄덕였다. 이리하여 날이 밝는 대로 백 동무를 남기 고 먼저 떠나기로 작정되었다. 병고가 생긴다면 성한 사람 만이라도 먼저 데리고 돌아오라는 지시가 있었으나 마침 잘 결심하였다고 최 동무도 좋아하며 내일 떠날 길이 바쁘니 어서 내려가 쉬자고 한다.

하기는 밤도 어지간히 이슥하여 짙은 어둠 속이었다. 중국 인들의 호궁 소리도 파장인 듯 이따금 생각난 듯이 들려 올 뿐이다. 노랫소리도 끊어졌다. 깊고도 무거운 침묵이 산기를 휩싸도는 것이다. 동무들도 하나둘씩 잠자리에 들려고 내려 가기 시작한다. 나는 이 초소의 한밤을 더욱 뜻깊이 즐기려 는 듯이 엎딘 채 퉁소를 부는 소년동무에게 한 곡조를 더 청하였다. 삐오넬은 하얀 잇새를 드러내고 반짝히 웃으면서, ”그럼 내 우리 의용군의 추도가 들려줄까”나는 이 노래가 제일 좋아…… 동무 들어 볼래요”"

하고 가만한 소리로 노래하듯이 들려주는 가사는 이러하였다.

모진 바람 몰아치는 길가에 못내 풀고 쓰러지는 그 원한 우리들이 갚아 주기 맹세하네 곡조는 우둥우둥 비가 내리고 구슬피 울부짖는 양 가슴을 읊조리게 하는 가운데도 불 같은 노여움과 설움을 뚫고 나 가려는 힘찬 싸움에의 사무침이 있었다.

”누구의 노래요?“ ”작곡은?“ ”것두 모르고요. 어느 동무가 지었는지…… 좋아요”동의 하셔요”…… 언젠가 동무를 잃었을 때 피에 젖은 시체를 걸 머쥐고 걸음걸음 이 노래를 부르며 나가노라니까 모두 엄숙 한 가운데도 자꾸만 눈물이 나와서…… 제 솜씨가 좋지 못 해 기분이 나지 않지만……”

”동무는 고향이 어디요?“ 하고 물으니까, ”새로 들어오는 동무들은 자꾸 궁금증에 자주 그런 말을 묻곤 한다니까”…… 그런데 동무 부인 계셔요” 어린애는 ”…… 여섯 살”그러면 저와 같군요. 저도 여섯 살에 아버 지를 잃었어요.”

”어디를 가셨는데?“ ”아이 참, 말 실수했네. 저는 아주 잃어버렸단 말이에요.”

”우리 애도 그렇게 될지 뉘 알겠소.”

하며 웃으니까 그는 머리를 저으며 ”아니 염려없어요. 그까짓 왜놈 자식들 몰아내기야 식은죽 먹기지…… 우리 아버지는 감옥에서 세상을 떠났거든요. 오 늘이 분명히 음력으로 2월 그믐이죠”"

”글쎄요, 아직도 달이 안 뜨는 걸 보니……”

”내일이 바로 우리 아버지 돌아가신 날이에요……”

”아버지가 그리운 게구려?“ 소년 동무는 말없이 끄덕였다. 가벼운 웃음이 입 언저리에 떠돌았다. 서글피 추도가를 불러 대던 심정도 가히 짐작할 수 있는 듯하다. 이윽하여 깊은 회상에 젖으며 조용히 이야 기를 꺼내는 그의 모습에는 어떤 시인의 풍격이 풍겨돌았 다. 나는 담배를 피워 물었다.

”글쎄 아버지 일이 어제 오늘 유난히도 간절해지니 웬일일 까요”…… 바로 이렇게 달도 없고 고요한 밤이었어요. 감옥 에서 시체가 되어 아버지가 돌아오신 게…… 그때 내 나이 여섯 살이니까 십일 년 전이로군…… 누구나 다 제 부모는 좋다고 하나 우리 아버지는 특별히 좋은 분이었어요…… 눈 물이 많고 착하시고 그러면서도 용기가 있고…… 나를 데리 고 노실 적엔 범놀이, 수박따기, 말놀이 다 해주며 어떤 때 는 동리 애들을 죄 모아 놓고 다리헤기, 원님내기까지 해주 셨구먼요……”

”아버지의 몇 살 적의 일이오”돌아가신 게……”

”서른한 살……”

나보다는 연소하였군…… 혼자 이렇게 중얼거렸다.

이 동무가 이런 이야기를 펴놓을 때 나는 마디마디 내 이 야기를 듣는 듯하여 저절로 신심이 굳어짐을 느꼈다. 앞으 로 내 어린애도 이런 산중에서 나의 이야기를 이렇게 하는 날이 오지나 않을까”아직도 십 년 세월 우리 젊은이들이 총대를 들고 이방산채에서 원수와 싸워 피흘리는 날이 계속 된다면 얼마나 아픈 일이랴!

사랑하는 어버지를 먼 기억 속에 더듬어 나가며 아름답게 장식하는 그의 술회처럼은 형용될 것이 아니지만 어쩐지 성 격도 인품도 나와 비슷해 보이는 그의 아버지였다.

”이렇게 좋은 아버지이면서도 공연히 혼자 성이 나시면 더 구나 내가 울기나 하는 날이면 갑자기 사람이 달라지듯이 저를 막 두들기고 하겠지요. 이러다가 저 자신도 그만 슬퍼 져서 혼자 돌아서서 우시는군. 지금 생각하면 아버지는 나 를 때리는 게 아니라 제 자신을 채찍질하던 것이었어요. 그 러기에 늘상 아버지는 이애가 원 나를 닮아 마음이 약해 서…… 이렇게 한탄하곤 하셨지요.”

”어쩌면 그렇게도 내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 같소?“ ”동무도……?“ 의아스레 쳐다본다. 나는 가만히 쓴웃음을 지었다.

”사실 아버지는 마음이 약해서 옥내 투쟁에 못 이겨 한 번 전향성명까지 하셨더랍니다. 하시고 나서 며칠 안으로 다시 번복했기 때문에 더 심한 악형을 받아 지레 세상을 떠난 셈 이죠…… 언젠가 어머니와 같이 감옥으로 면회를 가니까 아 버지가 원님내기 이야기를 하시겠지…… 나도 이제 몇 해만 더 있으면 나가게 된다, 아버지 나가면 좋겠지 하시기에 끄 덕이니까 어디 그러면 여기랑 집이랑 원님내기로 맞춰 봐 하며 웃으시는군, 그래 우리 집은 어머니 여기는 이 사람하 고 옆에 칼을 차고 권총을 둘러멘 왜놈 간수를 손으로 가리 키고 제발 어머니에게 맞아 줍사고 빌면서 한알똥, 두알똥, 삼재, 염재 이렇게 부르며 나갔는데 분명히 어머니에게서 맞아떨어져야 할 것이 어디서 어떻게 잘못되었는지 간수에 게서 떨어지거든요. 그래 나는 그만 소리를 내 으앙 울었어 요. 어린 마음에도 가슴이 덜컹 내려앉더니 종내……”

계면쩍은 듯이 얼버무리며 잠시 말끝을 맺지 못하다가 ”내 암 오늘 밤 새로 만나는 동무보고 왜 이런 소리를 할 까?“ 나 역시 이 어린 동무가 오늘 밤은 유달리 구슬픈 향수와 추억의 포로가 된가시피 생각되었다. 고국의 티끌도 채 떨 구지 못하고 들어온 나를 대하매 가분재기 옛날 일이, 아버 지 일이, 고향 일이 간절해지는 것일까”

”우리 여기 있는 동무들 앞에서 이런 얘기를 하면 또……

또…… 하며 웃어 주어 입도 못 벌리는걸요…… 아무래도 저 같은 건 훈련이 부족해서 센티멘탈이 있는가 봐요……

아닌게 아니라 원님내기 점이 실패하여 가슴이 덜컹 내려앉 더니만 역시 신비적인 어떤 암시였던 것처럼……”

”센티멘탈이 아니라 신비주의구려……”

동무는 마주 웃었다.

”글세 말이에요…… 불길한 예감이 들어 갑자기 소리를 내 엉엉 우니까 간수가 아버지를 끌고 들어가겠지…… 이때부 터지요, 내가 이런 생활을 하러 떠날 결심이 어렴풋이나마 생긴 것이…… 옳지 우리 아버지를 늘 가두어 두는 게 저놈 이요 우리 조선을 늘 노리는게 저 칼이요 총이로구나! 저놈 의 총칼을 빼앗아 왜놈을 죽여야! 감옥에서 며칠 안 돼 아 버지의 시체가 돌아와 웅크리고 그 앞에 앉았을 때 이 결심 을 어린 가슴속에 불길처럼 더 커졌습니다……”

이때에 옆에 길게 누워 잠이 들었던 한 동무가 주섬주섬 일어나더니 ”또 아버지 타령이야.”

하며 선하품을 한다.

”자 어서 내려가 잡시다. 밤이 매우 깊은 모양이니……”

소년 동무는 머리를 긁적이며 ”나는 좀더 있다가 보초교대로 나가야 하니까 동무들이 내 려가 편히 쉬어요……”

자리를 떨고 일어나 동무의 뒤를 따라 내려가 백 동무가 쉬는 방으로 들어갔다. 마침 곤히 잠이 들어 숨소리만 높다.

나는 왜 그런지 가슴이 설렁거려 눈을 붙일 수 없었다. 방 등에 불을 돋우고 어린애들의 사진을 꺼내 들여다보는 나 자신을 의식하였다. 이 삐오넬의 서글프고도 줄기찬 이야기 가 눈앞에 여러 가지의 환영을 그려내 나 역시 가벼운 센티 멘탈에 사로잡히는 것이었다.

이관 산촌의 밤은 고요히 깊어 간다. 지붕 위에는 퉁소 소 리가 다시 처량히 울리기 시작하였다. 서러운 추억을 퉁소 소리에 싣고 홀로 이 한밤을 지새우려는 것일까”

4 de Octubre de 2023 a las 09:46 0 Reporte Insertar Seguir histor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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