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랑한 햇빛이 풀솜을 둔 저고리를 입은것만치나 등어리를 폭온히 나려쪼이는 오후였다. 한강 인도교 아래에는 작난감 같은 낙거루가 단물생선의 비눌처럼 가벼운 바람에 잔물결 이 잡히는 강우에 네댓척이나 떠서 등싯거린다. 노들강변에 길로 솟은 버드나무 그늘로 눈이 부시도록 하얗게 '펜키'칠 을 새로한 뽀-트가 두어척 오리처럼 쌍을 지어 연두빛 신록 에 물들은 물우를 헤치며 돌아다니는 것은 고대로 한폭의 수채화다.
"엣샤 엣샤"
바람결에 불려오는 기운찬 소리에 삼개( )편짝으로 고개를 돌리면 힌 운동모자를 쓴 학생들이 기다란 경주용뽀-트를 웃적 웃적 저어 강한복판을 한일ㅅ(一)자로 가르며 앞서거니 뒤서거니 올라온다. '엣샤'소리와 함께 거리마의 발처럼 일 제히 폈다 옴으렸다하는 '오-ㄹ'( )에서는 물찬 제비의 날개 모양으로 물방울이 뚝뚝 덧는다. 오월의 태양은 씩씩한 청 춘들의 건강을 축복해주는 듯 그네들의 머리우에서 빙긋이 웃는 듯.
인도교 맨끝 난간에는 커다란 책보를 낀 여학생인듯한 헌 출하게 생긴 여자가 아까부터 누구를 기다리는 듯이 철교우 를 서성거리며 '뻐쓰'를 타고 나오는 사람을 일일이 살피고 섰다. 옥색숙고사 겹저고리에 '메린스' 검정치마를 입었는데 그치마 자락은 보드라운 강바람에 하얀 단솎옷이 들어나도 록 풀풀 날린다.
앞머리카락이 자꾸만 이마를 간지려서 물동이를 인 춘색시 의 손짓하듯 하는데 수수하게 '핀'만 꽂어서 틀어올린 머리 는 땋어 늘였든때가 얼마안되는 것처럼 숫이 많고 그 쪽진 맵시가 조금 어색해보인다.
그 여자는 연방 팔뚝 시계를 들여다보며 서울편짝에서 나 오는 사람을 기다리는 눈치더니 수원(水原)으로 가는 뻐쓰가 뿌-○뿌-○하고 닥처오는 것을 보고 그앞으로 달려간다.
그와 거진 동시에
"봉희씨!"
하고 부르며 차창밖으로 손을 내저어 보이는 청년의 벙굿 이 웃는 얼굴이 운전대로 내밀었다. 뻐쓰는 정거를 하였다.
봉흡는 반가운 웃음을 얼굴가득이 띠우고 세철에게 손을 잡혀 말없이 찻속으로 들어갔다.
뜻밖에 찻속은 부피지않어서 두사람은 맨 뒷자링 대절(貸 切)이나 한 듯이 나라니 앉을수가 있었다.
"퍽 오래 기다리섰지요?"
"아마 삼십분도 더 기다렸나봐요"
"차가 제 시간에 떠나긴 했는데 남대문안에서 구루마허구 충돌을 해서 한참이나 지체를 했세요"
나어린 차장의 '오라잇'소리와 함께 차는 떠났다. 둘이 나 라니 앉은 자리 밑바닥의 용수철이 들까부는대로 두 남녀의 몸은 닿었다 떨어졌다 하다가 용금루 앞을 끼고 돌때에는 봉희의 얼굴에 담박하게 한 화장수 냄새가 세철의 코밑에 향기를 풍겨 지칫하면 뺨이 서로 마찰을 할번하였다.
"호사 허섰군요?"
봉희는 그제야 상글 상글 웃으면서 세철의 아래 우를 자구 자구 훑어본다.
"호사가 다 뭐예요"
세철은 수집은 듯이 따러 웃으며 제앞을 굽어 본다.
이날의 세철은 과연 알어보지 못할만치 고학생의 주접을 떨어 버렸다. 중절모자를 새로 사쓰고 기성복인 듯 하나 회 색세루 '쓰메에리'양복을 입었는데 바지금이 칼날같이 서고 발에는 새구두가 번쩍 번쩍 한다. 그뿐인가 그 불밤송이 같 던 머리를 말쑥하게 깎어서 면도자죽이 선명한데 지꾸 냄새 까지 봉희의 코에 마춘다. 입성이 날개라고 그 궁ㅅ기가 뚝 뚝 덧든 한꺼풀을 활딱 벗어버리고 제힘것 몸치장을 하고나 니까 아무리 닥달질을 해도 원체 얼굴빛이 검어서 해곰한미 남자는 못될망정 혈색좋고 기걸한 호남자로는 누구에게나 인정 받을만하다.
(그러구보니 정말 잘 생겼네) 하고 봉희는 자못 만족한 듯이 처음 보는 사람처럼 할끔 할끔 곁눈질로 세철의 얼굴을 도적질해 본다.
"오늘 아침에 두시간이나 목욕을 했지요. 총각때를 말끔 씻 어 버리니까 좀 서운허든 걸요"
하고 세철은 저혼자 싱글 벙글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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